[인프라 연대기: 성벽 재건의 기록]

[인프라 연대기 #4] 드고아 귀족의 권위와 기술적 동맹, R&R이 실종된 백업의 허상

기록자 느혜미야 2026. 5.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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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의식이라는 기묘한 잣대

최근 팀장에게 뜻밖의 꾸중을 들었습니다. 사연인즉슨, 예전에 팀장이 요청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 '주인의식 부족'이라는 것입니다. 팀의 리더가 요구한 정보를 성실히 제공했음에도, 그것을 넘겨주는 태도에 '주인 같은 고집'이 없었다는 지적. 15년 차인 저에게 주인의식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책임감이었지, 정보의 문지기 노릇을 하는 권력욕이 아니었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훈계 앞에 저는 씁쓸함을 삼켰습니다.

2. 모호한 R&R, 방치된 백업 체계

더 당혹스러운 건 새로 온 경력직원과의 관계 설정이었습니다. 분명 저의 백업 역할을 기대하며 영입된 인력이건만, 정작 그는 다른 업무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팀장은 "여유 있을 때 가르쳐라"고 말하지만, 과연 SM 현장에서 '여유 있는 시간'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제대로 된 R&R(Role and Responsibilities) 정의 없이 "나중에 잘해봐라"는 식의 방치는 결국 기존 인력의 과부하와 신규 인력의 연착륙 실패로 이어질 뿐입니다.

3. "그를 상사처럼 대하지 마라"는 무책임한 조언

가장 실망스러웠던 지점은 외부 엔지니어를 대하는 팀장의 태도였습니다. 지난번 고참 엔지니어와의 마찰을 의식한 탓인지, 팀장은 제게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 사람을 상사처럼 대하지 마세요. 부릴 수 있을 만큼 부리고 안 되면 윗선에 보고하세요."
 
현장을 모르는 리더의 전형적인 '갑 마인드'였습니다. 제가 TA이자 SM으로서 엔지니어에게 예우를 갖추는 건, 그가 상사라서가 아닙니다. 시스템의 가장 깊숙한 곳을 만지는 사람과의 **'기술적 동맹'**이 장애 대응의 핵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지시도 할 수 있는 법인데, 실력 쌓을 기회는 주지 않으면서 "부리기만 하라"는 건 총 쏘는 법도 모르는 병사에게 돌격 명령을 내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4. 에필로그: 사람이 괜찮아 보인다는 착각의 유효기간

시스템은 코드로 돌아가지만, 그 코드를 움직이는 건 사람의 마음입니다. 동료를 부품으로 보고 외부 인력을 하인으로 여기는 조직에서, 과연 건강한 차세대 운영이 가능할까요? 느헤미야가 성벽을 재건할 때, 어떤 귀족들은 그들의 주의 공사에 어깨를 메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은 드고아 사람들이 중수하였으나 그 귀족들은 그들의 주의 공사에 어깨를 메지 아니하였으며" (느헤미야 3:5)

 
기술의 고귀함을 모르고 '갑질'의 권력에만 취해 있는 '드고아의 귀족' 같은 리더는 결국 스스로 성벽의 균열을 만드는 자들입니다. 진짜 주인의식은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함이 아니라, 성벽 재건의 짐을 함께 짊어지는 헌신에서 나옵니다. 저는 오늘 다시 한번 사람에 대해 실망하고, 동시에 제가 지켜야 할 '진짜 전문가의 태도'를 되새깁니다.


[다음 연대기 예고]
 
"가상화인데 1:1 할당이라고요?"
 
물리 자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버커밋'의 상식을 파괴하고, 존재하지 않는 수치로 고객을 기만하는 고참 TA의 기적의 산수.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허상의 왕국'을 건설하는 엔지니어링 가스라이팅의 실체를 마주합니다.
 
인프라 연대기 #5: 기적의 산수와 가상화의 명암, 거짓 기초석 위에 세운 허상의 왕국 (5월 9일 토요일 오전 8:30 공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