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빌런의 지난 활약상 다시보기]
인프라 엔지니어에게 '알람 문자'는 일종의 신경통과 같다. 아프지만, 몸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려주는 필수적인 신호다. 그런데 우리 팀의 시니어 빌런은 이 신경 자체를 '거세'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내놓았다.
1. 회의 중에 날아온 관리 서버의 비명
팀 회의가 한창이던 중, 관리 서버 한 대에서 임계치 초과 관제 문자가 날아왔다. 운영 서비스용은 아니었지만, 여러 담당자가 테스트와 관리 용도로 공유하는 서버라 부하가 자주 발생하는 녀석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부하 원인이 무엇인지", "임계치를 조정할지, 아니면 프로세스를 정리할지" 조치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때, 시니어 빌런이 특유의 허허실실한 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시니어 빌런: "에이, 그거 관리 서버인데 문자 아예 안 받으면 되잖아요. 신경 쓰이게 왜 자꾸 받아요? ㅎㅎㅎ 그냥 꺼버려요."
2. 엔지니어링인가, 외면인가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무리 운영 서버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는 그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그 서버에 장애가 나면 결국 누군가의 업무가 마비된다. 무엇보다 관리 서버의 장애가 인접한 네트워크나 스토리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경 쓰이니 눈을 감아버리자'는 제안은 전문 엔지니어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다. 팀장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마디 했다.
팀장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관리 서버인데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알아야죠. 모니터링을 아예 안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3. 고집이라는 이름의 방어 기제
본인의 '쿨한 제안'이 거절당하자, 시니어 빌런은 머쓱해하는 대신 엉뚱한 타깃을 잡았다. 팀장님이 자리를 비우거나 대화가 일단락될 즈음, 그는 옆 사람에게 슬쩍 속삭였다.
시니어 빌런: "아이 참... 저 팀장님, 고집 세기로 소문났다니까? ㅋ"
자신의 무책임한 제안이 논리적으로 반박당한 것을 '상대방의 고집' 탓으로 돌려버리는 기적의 논리.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질 일(관제)을 귀찮아하고, 그걸 바로잡으려는 리더를 고집쟁이로 몰아가는 모습에서 이 조직의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
4. 에필로그: 알람을 끄면 평화가 오는가
17편을 쓰며 생각한다. 진정한 실력은 알람을 끄는 대범함이 아니라, 알람이 울리지 않게 환경을 개선하는 꼼꼼함에서 나온다. 문제를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터질 때까지 시간을 벌 뿐이다.
성경은 말한다.
"미련한 자는 자기 행위가 바른 줄로 여기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를 듣느니라" (잠언 12:15)
자신의 무지를 '쿨함'으로 포장하고 타인의 정당한 권고를 '고집'으로 치부하는 태도. 그런 시니어가 인프라의 중심에 있을 때, 시스템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병들어간다.
[다음 편]
"알림이 너무 많이 오니까 그냥 문자 꺼버리세요."
시니어의 무책임한 한마디에 가려졌던 서버 지연의 진실.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외부 솔루션팀. 그들이 내뱉은 첫 마디는 "느린 건 스토리지 때문이죠"였다.
인프라 생존기 시즌2-18편: [인프라 성능 점검] 서버 지연과 스토리지 I/O 장애의 상관관계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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