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남 탓만 하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독박을 쓰며 장애 노드를 수습했다.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인프라 운영자의 메일함은 쉴 틈이 없다. 이번엔 기술적 상식을 파괴하는 '요청'이 날아들었다.
👉 [24편] "누구 탓인가요?" – 책임 전가 속에 가려진 엔지니어의 기본기 다시보기
1. VM CPU 증설 요청, 그 이면의 무지
어느 날, 엔드유저로부터 특정 업무용 VM의 성능이 안 나오니 CPU(vCPU)를 증설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인프라 팀에 전달하는 SM 담당자가 메신저를 보내왔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리소스 조정 작업인 줄 알았다.
2. "코어를 빼오는 게 맞나요?" – SM의 황당한 질문
리소스 현황을 파악하고 답변을 준비하던 중, SM 담당자가 던진 질문 하나에 내 사고 회로가 일시 정지됐다.
"운영자님, 지금 리소스가 부족하면... 다른 서버에서 사용 안 하는 코어를 좀 '빼와서' 이쪽에 할당해 주는 게 맞나요?"
가상화(Virtualization) 환경에서 하이퍼바이저가 자원을 스케줄링하는 기본 개념은 안중에도 없었다. 마치 물리적인 부품을 떼어다 붙이듯 코어를 '빼오라'니. 기술적 필터링 없이 고객의 요구를 그대로 던지는 것도 모자라, 이런 상식 밖의 질문을 '가이드'인 양 묻는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3. '전달자'와 '엔지니어' 사이의 평행선
인프라의 가상 자원은 전체 풀(Pool) 내에서 논리적으로 분배되는 것이지, 물리적으로 구슬 옮기듯 가져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기술적 배경이 없는 SM에게 Ready Time이나 오버커밋(Overcommit)의 개념을 설명하는 건 마치 벽을 보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서버는 여유가 있는데 왜 여기는 안 되느냐"는 단순 논리 앞에, 전체 클러스터의 밸런스와 안정성을 고민하는 운영자의 목소리는 그저 '안 된다는 핑계'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4. 운영자는 '요청 처리기'가 아니다
결국 "인프라 구조상 물리적으로 코어를 뺏어오는 개념이 아니다"라는 짧고 굵은 답변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씁쓸함은 남았다. 무지한 고객과 전문적인 엔지니어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야 할 SM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확성기처럼 키워서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코어 하나 빼주세요"라는 황당한 요청을 뒤로하고, 다시 터미널을 연다. 인프라를 지키는 것보다 더 힘든 건, 가끔은 상식과 싸워야 하는 이 허무한 과정들이다.
[에필로그]
클릭 한 번으로 끝나는 '증설'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전체 시스템의 가용성을 계산하는 운영자의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기술을 모르는 전달자의 가벼운 질문 하나가 운영자에겐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창의적인' 배달사고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 오늘의 인프라 묵상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잠언 18:6)
근거 없는 고집과 무지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가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가로막고 불필요한 소모전을 만든다. 엔지니어의 입술은 '고집'이 아니라 '데이터'를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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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2코어씩 증설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배수로 가야 성능이 안 떨어져요."가상화의 상식을 파괴하는 시니어 빌런의 '2진법 미신' 등판. 운영자가 없는 밀실에서 SM 총괄과 시니어 빌런이 벌이는 위험한 독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근거 없는 확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