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생존기]

[인프라의 비극] "비겁한 설계: 동료의 잠을 담보로 잡는 엔지니어" (시즌 2-44편)

기록자 느혜미야 2026. 5. 11. 08:30

[지난 이야기] 지난 43편에서는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변경 프로세스를 태우려다 팀장님께 '참교육'을 당한 네트워크 어드민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그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 [[시즌 2-43편] 절차를 잊은 네트워크 어드민, 부메랑이 된 독단 바로가기]


팀장님이 네트워크 어드민의 고집에 밀려 결국 '카드 재기동(Soft Reset)' 작업을 승인하면서, 고요해야 할 야간 점검 시간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아키텍트인 제 눈에 비친 그날의 풍경은 신중함보다는 **'비효율의 극치'**에 가까웠습니다.

1. 굳이 이 작업에 'AA'와 'WAS' 담당자가 왜 필요해?

네트워크 카드 하나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껐다 켜는 재기동 작업. 이중화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서비스 영향 없이 조용히 끝내야 할 인프라 파트의 숙제입니다. 그런데 어드민은 굳이 이 작업에 **AA(애플리케이션 아키텍트)**와 WAS 담당자를 불러 세웠습니다.

"나 지금 네트워크 카드 재기동할 거니까, 앱 서비스 튀는지 잘 보고 계세요."

본인의 작업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의도였을까요? 아니면 혼자 책임지기 무서웠던 걸까요? 아무 상관 없는 타 파트 담당자들을 그 귀한 야간 작업 시간에 '대기' 상태로 묶어버린 겁니다.

2. 동료의 리소스를 담보로 잡는 '무책임한 설계'

야간 작업은 모든 엔지니어에게 피로도가 높은 시간입니다. 확실한 장애 상황도 아니고, 고작 '간헐적 로그' 하나 잡겠다고 동료들의 잠을 뺏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행위.
 
운영의 묘는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불필요한 고생을 막아주는 것에서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는 오직 자신의 '찝찝함'을 해소하기 위해 타 부서의 리소스를 아무렇지 않게 소모하고 있었습니다.

3. 엔지니어링의 본질: "자신감 없는 자의 요란한 작업"

제가 옆에서 지켜본 그 작업의 설계는 '철저함'이 아니라 **'자신감 없음'**의 반증이었습니다. 본인의 기술과 장비의 이중화 구성을 100% 신뢰하지 못하니, 만에 하나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해 타 부서를 '방어막'으로 삼아 옆에 세워둔 셈입니다.
 
결국, 그 요란한 준비 과정은 팀 전체에 "이 작업, 정말 위험한 거 아냐?"라는 불필요한 공포만 심어주었습니다. 정작 본인이 해야 할 **'리스크 최소화 설계'**는 뒷전인 채, 동료들을 방패로 삼는 그의 모습에서 저는 깊은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자기 이웃을 함정에 빠뜨리려 아첨하는 자는 자기 발 앞에 그물을 치는 자니라." (잠언 29:5, 현대인)

 
동료들을 '전문가'라 치켜세우며 야간 작업에 들러리 세우는 것은, 결국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교묘한 그물일 뿐이다. 본인의 기술적 확신이 없어 타 파트 담당자들의 리소스를 '방어막'으로 소모하는 행위는, 인프라의 안정이 아니라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비겁한 설계다.
 
운영자의 품격은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불필요한 고생을 막아주는 것에서도 나온다. 고작 명령어 한 줄로 끝날 재기동 작업에 타 부서의 잠을 담보로 잡는 자는, 결코 시스템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다.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동료를 사지로 몰아넣는 엔지니어는, 그 그물에 본인의 신뢰마저 걸려 넘어질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 편 보기]

"허망한 결말: 동료들의 밤샘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AA와 WAS 담당자까지 방패 삼아 진행된 삼엄한 경계 속의 '카드 재기동' 작업. 퀭한 눈으로 서비스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퇴근한 동료들의 고생은 과연 빛을 발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집된 팀원들 앞에서 네트워크 어드민이 내뱉은 한마디. "재기동해 봤는데... 아무래도 파트 교체해야겠습니다. 엔지니어도 권고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확신 없이 타인의 리소스만 갉아먹은 이 비효율의 극치. 똑같은 야간 작업을 두 번 반복하게 만든 이 상황을 팀장님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시즌 2-45편] : "운영자의 무능은 동료의 야근으로 증명된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