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생존기]

[인프라의 비극] "돌고 돌아 결국 파트 교체: 동료의 희생은 무의미했나" (시즌 2-45편)

기록자 느혜미야 2026. 5. 12. 08:30

[지난 이야기] 단순한 카드 재기동 작업에 AA와 WAS 담당자까지 '방어막'으로 세워두고 요란한 야간 작업을 강행했던 네트워크 어드민. 과연 그 야단법석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 [[시즌 2-44편] 비겁한 설계: 동료의 잠을 담보로 잡는 엔지니어 바로가기]


야간의 정적을 깨고 진행된 '네트워크 카드 재기동' 작업이 끝났습니다. AA와 WAS 담당자들은 퀭한 눈으로 서비스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에야 겨우 퇴근길에 올랐죠. 하지만 그 고생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1. 소집된 팀원들, 그리고 데자뷔 같은 한마디

작업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네트워크 어드민이 다시 팀장님과 팀원들을 소집했습니다.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 회의실에서 그가 내뱉은 말은 모두의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네트워크 어드민: "카드를 재기동해 봤는데... 로그가 여전하네요. 아무래도 파트 자체를 교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도 지금 상황에선 교체를 권고하네요."

2. 엔지니어링의 실종: '혹시나'가 '역시나'로

그의 말 한마디에 회의실은 차갑게 식었습니다. 아키텍트인 제 머릿속에는 한 가지 질문만 맴돌았습니다. "그럼 지난밤, 명령어 한 줄 쳐보는 걸 구경하려고 동료들이 바친 그 시간과 에너지는 대체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엔지니어(벤더사)의 '권고'에만 매달려 본인만의 기술적 판단 없이 우왕좌왕했다는 증거였습니다. 재기동으로 해결될 거라는 확신도 없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 부서 담당자들을 들러리 세워 '테스트'를 한 셈입니다.

3. '권고' 뒤에 숨은 무책임의 민낯

"엔지니어가 권고한다"는 말은 운영자에게 아주 달콤한 도피처입니다. 사고가 나도 벤더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진정한 운영 아키텍트라면 벤더의 가이드를 **'우리 서비스의 리스크'**라는 필터로 한 번 더 걸러야 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파트 교체'로 왔습니다. 이제 다시 작업 계획서를 쓰고, 또 누군가는 야간 대기를 해야 할 겁니다. 똑같은 상황을 두 번 반복하게 만드는 이 비효율.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자신감 없는 판단이 조직 전체에 끼치는 '민폐'의 전형이었습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옳은 쪽으로 향하나,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그릇된 쪽으로 향하느니라." (전도서 10:2, 현대인)

 
카드를 재기동해보는 '실험'에 확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동료들의 잠을 깨우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의 '찝찝함'을 해소하기 위해 타 부서의 리소스를 먼저 소모하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파트 교체'를 외치는 것은 운영의 묘가 아니라 어리석음의 증거다.
 
운영자의 실력은 '얼마나 많은 동료를 깨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동료를 편하게 자게 하느냐'에서 증명된다. 엔지니어의 '권고' 뒤에 숨어 동료들의 시간을 담보로 잡는 자는, 결코 시스템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 번으로 늘리는 비효율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판단의 부재일 뿐이다.
 

[다음 편 보기]

"요란했던 야간 작업의 결말: 결과 보고서에 숨겨진 기만"
 
결국 두 번째 야간 작업이 강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네트워크 카드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대공사'를 벌였죠. AA와 WAS 담당자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혹시 모를 사고'의 방패막이가 되어 밤을 지새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메일함에 도착한 작업 결과서는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백본 사이 인터링크 포트 1개 결함 포트 변경. 로그 분석 후 추가 작업 진행 예정."

 
수십 명의 잠을 뺏고 카드를 갈아치운 대가의 결론이 고작 '포트 하나 위치 변경'이었다니요. 게다가 '추가 작업 예정'이라는 비겁한 꼬리표까지. 거창한 실행 뒤에 숨은 무책임한 분석의 실체, 그 황당한 결말을 공개합니다.
 
[시즌 2-46편] : "카드 교체라는 강수, 그리고 초라한 결과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