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생존기]

[DB 스토리지 증설] 낡은 매뉴얼과 시니어의 '숟가락 얹기'를 넘어서는 법: 인프라 생존기 시즌2-10편

기록자 느혜미야 2026. 3. 20. 08:30

DB 스토리지 증설 이슈가 터졌다. 물리 디스크는 충분했지만, LUN 할당과 Oracle RAC ASM 증설이라는 정교한 작업이 필요했다. 나는 팀장님과 함께 최적의 증설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1. 대화의 흐름을 끊는 '숟가락 얹기'

한창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최적의 구성을 의논하던 중, 그 시니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팀장님, 그 작업 제가 구축할 때 정리해놓은 거 여기 있어요. 이거 보시면 될 거예요."

 

사실 그 프로젝트에서 그는 조연이었을 뿐, DB 서버와 스토리지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거나 구축한 핵심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본인이 이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짠 사람인 양, 낡은 매뉴얼을 방패 삼아 '아는 척'을 시작했다. 팀장님과 내가 만들어가던 논리적인 대화의 맥락을 단번에 끊어버린 것이다.

2. 감정적인 반박 대신 '우아한 묵살'

그의 손에는 먼지 쌓인 매뉴얼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와 싸우지 않았다. 대신, 엔지니어로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담담하게 짚어주었다.

 

"선배님, 히스토리 자료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내용보다 스토리지와 서버 엔지니어들에게 직접 확인 요청을 해서 최신 작업 계획서를 받는 게 우선입니다. 시스템 환경은 계속 변하니까요. 일단 엔지니어들과 기술적으로 먼저 조율하겠습니다."

 

그가 내미는 매뉴얼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 그 안의 설정값은 이미 최신 시스템 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실 그는 과거에도 [CPU 사용률 계산을 오판하고 은밀히 보고하려던 사건] 당시에도 자신의 잘못된 데이터 소스를 고집하다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내가 구축했으니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그의 오만이, 매번 시스템의 발목을 잡는 꼴이다.

3. 논리의 격차

내 대답은 명확했다. 그의 매뉴얼이 '틀렸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의 작업'에는 더 필수적이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선을 그었을 뿐이다. 그 순간 팀장님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맞아요, 일단 기술적인 조율부터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그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내가 그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나의 '전문적인 절차'가 그의 '낡은 방식'을 자연스럽게 덮어버린 것이다.

4. 에필로그: 진짜 전문가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본다

남의 작업에 훈수 두는 사람들은 항상 '과거의 구축 이력'을 방패 삼는다. 하지만 실무는 '오늘의 최신 데이터'가 결정한다.

"지혜로운 자는 자기의 길을 삼가 알고, 미련한 자의 미련함은 속이는 것이니라." (잠언 14장 8절)

오늘도 나는 LUN 할당 계획서를 다시 확인한다. 내 손을 거쳐 가는 데이터가 곧 시스템의 신뢰도이니까.

 

👈 이전 에피소드 다시보기

[다음 편 보기]

"진짜 전문가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본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낙관에 목을 맨다."

 

낡은 매뉴얼로 생색내려다 묵살당한 시니어. 그는 팀장님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던 걸까? 며칠 뒤, 파트 교체 작업 보고에서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테스트 완료"를 선언한다.

 

하지만 사무실에 울려 퍼진 스피커폰 너머의 진실. "그날 테스트 못 했는데요?" 팩트 체크 없는 보고가 불러온 시니어 빌런의 처참한 몰락.

 

[유닉스 서버 운영] 시니어의 허위 보고와 데이터 확인 없는 낙관의 최후: 인프라 생존기 시즌2-1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