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편, 시니어의 '허위 보고'로 파트 인식 불량 건은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 시한폭탄으로 남았다. PM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던 그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 했는지 다음 날 바로 재조치 일정을 잡았다.
문제는 이 작업이 우리 팀의 공식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팀을 도와주는 **'비공식 지원'**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정식 **작업계획서(MOP)**도 없이 구두 협의로만 진행되었고, 이 '절차의 부재'는 곧 재앙으로 이어졌다.
(🔗 이전 이야기: [시즌 2 - 11편] 혀가 아닌 커맨드로 말하라: 시니어의 허위 보고 사건 다시보기)
1. 지레짐작의 덫: "그럼 작업 연기해야 하나요?"
작업 공지는 나갔다. 하지만 '하드웨어 교체' 공지만 있었을 뿐, 그 과정에서 '서비스 다운'이 필수라는 내용은 쏙 빠져 있었다. 현장에 들이닥친 우리를 보며 응용 팀 개발자들은 경악했다. 당황한 관계자가 항의하자, 시니어는 사과 대신 뻔뻔하게 되물었다.
시니어: "그럼 작업 연기해야 하나요?"
본인이 사전에 "서비스 다운이 필요하다"는 핵심 내용을 누락했음에도, 마치 상대방의 협조 부족이 문제라는 듯 책임을 회피하는 질문이었다.
2. 절차 없는 재촉: "서비스 내렸답니다. 빨리 진행해주세요"
응용 팀에서 서비스 다운 공지가 안 됐다며 시간을 벌려 하자,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11편의 미조치 건을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시니어의 압박에 응용 쪽에서는 부랴부랴 개발자들을 수소문하며 비명을 질렀다.
응용 팀: "잠시만요! 지금 개발자 들어오고 있습니다! 작업 공지는 받았지만 서비스를 내린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시니어는 응용 팀의 비명 섞인 상황 보고를 듣고도, 서비스가 내려가자마자 엔지니어를 재촉했다. 자기 실수를 덮기 위해 타 부서의 절차와 리스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시니어: "서비스 내렸답니다. 빨리 진행해주세요. 작업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3. 뒤바뀐 사과: "저희 내부에서 전달이 잘 안 됐던 것 같습니다"
결국 폭발한 관계자가 "어떤 작업이길래 갑자기 서비스를 내리나요?"라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시니어의 침묵과 압박뿐이었다. 작업은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당황한 응용 팀 쪽에서 스스로를 탓하며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응용 팀: "저희 내부에서 전달이 잘 안 됐던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MOP 없이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휘둘리다 보니, 현장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눌려 응용 팀이 대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자기가 싼 똥을 치우면서 남에게 사과하게 만드는, 빌런의 '무계획'이 승리한 씁쓸한 순간이었다.
에필로그: 계획서가 없는 곳에 질서도 없다
결국 이 난장판의 마무리는 팀장의 몫이었다. 팀장이 직접 나서서 유관 부서의 화를 달래고, 꼬인 상황을 수습하며 작업은 '어찌어찌' 끝이 났다. 기계 파트는 교체되었을지 모르나,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베푼 호의는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성경은 말한다.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 (고린도전서 14:40)
아무리 도와주는 일이라도 절차와 질서가 없으면 그것은 도움이 아니라 민폐다. 내일 아침, 나는 또 어떤 무계획이 남긴 로그를 닦아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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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의 부실한 공지 덕분에 고객사 앞에서 진땀을 뺐다. 겨우 합의를 끌어내고 파트를 교체했지만..."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물리적인 하드웨어 교체만 끝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적어도 그 '보안 솔루션'이 서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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