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화로운 퇴근 30분 전, 터져버린 '데이터 소실'
오후 5시 30분. PC를 끄고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응용 담당자의 다급한(하지만 묘하게 당당한) 요청이 날아왔다. "데이터를 날렸으니 복구해 주세요!" 사고는 본인이 쳐놓고, 마치 맡겨둔 물건 찾듯 당연하게 요구하는 태도에 1차 당황. 이때 '시니어 빌런'이 나섰다. "난 백업 담당은 아니지만, 일단 매뉴얼 보고 내가 해볼게."
2. 팀장의 지시와 시니어의 '창조적 복구'
팀장은 원본 훼손을 막기 위해 반드시 테스트 디렉토리에서 먼저 검증하고 복사하라고 지시했다. 시니어 빌런은 자신 있게 테스트용 디렉토리를 만들고 복구 스크립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 왜 복사가 안 되지? 매뉴얼대로 했는데 안 되네?"
3. "/" 하나가 가른 시니어의 품격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사실 그는 지난번 [서버 CPU 2코어 증설은 절대 안된다고 해 팀장을 당황케 했던(26편)] 전적이 있는 시니어였다. 기본기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설마 하니 인프라 엔지니어가 리눅스의 '절대경로' 개념에서 사고를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는 절대 경로인 /backup/test로 데이터를 복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에 슬래시 하나를 쏙 빼먹은 채 상대 경로로 명령어를 날리고 있었다.
나: "빌런님... 경로 앞에 **'/'(슬래시)**가 빠졌는데요?" 시니어: (잠시 멍하니 모니터를 보더니) "어? 아... 이거 하나 때문에 안 된 거야?"
시스템 인프라를 수십 년 다뤘다는 분이 루트(/)와 현재 위치의 차이조차 구분 못 하고 헤매는 모습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경로 설정'에서 무너지는 그를 보며, 그동안 그가 부렸던 그 수많은 고집들이 얼마나 사상누각이었는지 다시금 깨달은 퇴근길이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네가 스스로 지혜롭다 하는 자를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 (잠언 26:12)
자신의 경력을 방패 삼아 스스로 베테랑이라 자부하지만, 정작 기초적인 리눅스 명령어 구조조차 틀리는 교만은 엔지니어에게 가장 위험한 독이다. 화려한 아키텍처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잊지 않는 겸손함이다.
[다음 편 예고] "OS 업그레이드 회의에 갑자기 vCenter 인증서가 왜 나오죠?"
데이터 복구 참사를 수습하고 나니, 이번엔 중요한 OS 업그레이드 전략 회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회의를 한순간에 '기습 숭례문' 화법으로 초토화하는 시니어 빌런.
도무지 맥락을 알 수 없는 그의 뜬금포 작렬, 32편에서 공개됩니다.
👉 [시즌 2-32편] 예고: "기습 숭례문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