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세대 장비만으로도 벅찬 업그레이드 여정
IT 인프라의 시계는 무섭게 흐른다. 신규 도입된 차세대 장비들의 OS 수명 주기를 관리하고, 다가올 EoS(End of Service)에 대비해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팀 전체가 초비상이었다. 우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외치며 철저하게 신규 장비 위주의 전략을 짜고 있었다.
2. 시니어 빌런의 근거 없는 '공포 마케팅'
회의가 한창이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지난번 **[vCenter 인증서 기습 숭례문 사건(32편)]**으로 회의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시니어 빌런이다.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맥락 파괴'와 '일 만들기'의 기술을 선보였다.
시니어: "팀장님, 우리 차세대 말고 구형(AS-IS) 장비들도 이번에 싹 다 업그레이드 대상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중에 고객이 왜 신규 장비만 챙겼냐고 뭐라고 할 것 같은데? ㅎㅎ"
그의 가벼운 농담 섞인 제안에 회의실은 순식간에 정적이 흐른다. 현업에서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는 구형 장비의 OS를, 그것도 검증되지 않은 메이저 버전으로 올리자는 건 '장애의 지옥문'을 열자는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3. "그거 다 재설치인 거 아시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가 총대를 멨다.
나: "시니어님, 지금 대상 장비 스케줄만 해도 벅찬데 구장비까지요? 그거 건드리는 순간 우리 팀 작업량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 알고 말씀하시는 거죠?"
옆에 있던 동료도 질색하며 거들었다.
팀원: "빌런님, 구장비는 OS 버전 차이가 커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서버 밀고 재설치해야 해요. 지금 멀쩡히 돌아가는 운영 서버를 굳이 위험 감수하며 건드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시니어 빌런은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지만, 본인이 던진 말의 무게조차 모르는 무책임함에 팀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인프라 엔지니어에게 '긁어 부스럼'은 미덕이 아니라 죄악이라는 걸 그는 언제쯤 깨달을까.
📖 오늘의 인프라 묵상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잠언 18:6)
기술적 근거 없이 '일단 던져보는' 제안은 팀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결국 자신의 무능함만 드러내는 매가 된다. 인프라 엔지니어에게 최고의 미덕은 시스템의 안정을 지켜내는 냉철함이지, 대책 없는 호기가 아니다.
[다음 편 예고: "기초가 무너진 시니어" – Crontab 실종 사건]
"아... 그게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거였죠?" 스케줄 잡이 통째로 날아간 다급한 상황. 응용 팀의 SOS에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시니어가 'Crontab 저장 경로'를 묻고 있다? 리눅스 엔지니어의 가장 기초적인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벽의 기초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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