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전 팀원이 만든 교육 자료를 무용지물로 만든 '합리적 퇴보'(39편)]]. 정석을 버리고 편의를 선택한 그들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인프라 엔지니어링의 기초 상식마저 파괴하는 '신개념 정의'가 등장했습니다.
1. 엑셀 칸에 갇힌 인프라의 상식
새로 업데이트된 현황판을 훑어보던 제 눈을 의심케 하는 칼럼이 있었습니다. 바로 '논리 서버(Logical Server)' 항목이었습니다. 보통 인프라에서 논리 서버라 하면 **VMware의 가상 머신(VM Guest)**이나 AIX의 LPAR처럼 물리 장비 위에 논리적으로 분할된 자원을 의미합니다. 이건 엔지니어들 사이의 '약속'이자 '문법'이죠.
2. 기적의 논리: "돌아가면 다 논리다"
그런데 그 '논리 서버' 리스트 안에 쌩쌩한 베어메탈(Bare Metal) 서버들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물리적인 쇳덩이 그 자체인 서버들이 왜 가상화 자원들과 섞여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 "시니어님, 여기 논리 서버 칸에 왜 베어메탈 장비들이 다 들어가 있나요? 물리 서버랑 논리 서버는 구분해서 관리해야 나중에 자원 산정할 때 안 헷갈리는데요."
시니어: "아이, 운영자님.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마. 어차피 OS 올라가서 서비스 돌아가면 그게 논리적으로 서버 구실 하는 거 아냐? 그냥 통으로 봐, 통으로."
옆에 있던 백업 담당자도 한마디 거듭니다.
백업 담당자: "맞아요. 백업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이게 VM인지 베어메탈인지 안 중요하거든요. 그냥 다 '서버'니까 논리적으로 하나로 묶는 게 리포트 쓰기 훨씬 편해요."
3. 데이터 중복의 늪: 물리 1대, 논리 1대?
기가 막힌 논리에 할 말을 잃었지만, 진짜 공포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시니어가 만든 현황판을 자세히 뜯어보니 더 황당한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물리 서버 리스트에 엄연히 존재하는 베어메탈 장비들이, 논리 서버 리스트에도 똑같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겁니다.
나: "시니어님, 여기 물리 서버 리스트에 있는 장비들이 왜 논리 서버 칸에 또 들어있죠? 이렇게 되면 전체 서버 대수 합산할 때 1대가 2대로 잡히는데요?"
시니어: "아이, 물리적으로는 장비니까 물리 서버고, OS 돌리고 있으니까 논리 서버로도 잡아야지. 그래야 문서가 풍성해 보이지 않겠어?"
현황판의 기본인 **'데이터 무결성'**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그저 엑셀 칸을 많이 채워서 '우리가 이렇게 많은 서버를 관리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데이터 뻥튀기'**에 불과했습니다. 교육 때는 정석을 가르치고, 실무에서는 1대를 2대로 둔갑시키는 '창조 경제'의 현장.
운영자로서 이 문서를 들고 보고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인프라의 질서는 무너졌고, 이제 남은 건 **'데이터 대참사'**의 뒷감당뿐이었습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지혜로운 자의 입술은 지식을 전파하나 미련한 자의 마음은 정함이 없느니라" (잠언 15:7)
엔지니어에게 용어의 정의는 시스템의 설계도와 같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기초적인 정의마저 왜곡하고 데이터를 중복시키는 순간, 그 현황판은 정보가 아니라 '쓰레기'가 된다.
[다음 편 보기] "용도라는 이름의 면죄부와 사라진 기준"
1대를 2대로 둔갑시킨 그들의 '창조 경제'. 그 내막을 들여다보니 더 기가 막힌 **'라벨 사기극'**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용도별로 묶은 거라 괜찮아요. 사실... 저도 저를 못 믿거든요."
인프라의 정석은 '기타'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책임은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역대급 무책임의 현장. 41편에서 그 허탈한 '해탈'의 순간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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