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14대를 13대로 세는 기적의 카운트(36편)]]**를 선보였던 시니어 빌런. 숫자가 안 맞는 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엔 팀장님 보고용 요약본을 들고 왔는데, 그 데이터의 실체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1. 요약본의 등장: 숫자가 이상하다?
36편에서 수량 카운트도 제대로 못 하던 시니어 빌런이 드디어 '최종 요약본'을 내놓았다. 팀장님 보고용이라며 당당하게 공유된 엑셀 파일. 그런데 [총 서버 대수] 칼럼에 적힌 숫자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우리 센터 규모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 서버 수량인가, 그냥 쇳덩이 수량인가?
나는 곧바로 다른 칼럼들과 대조하며 추측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가 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기존에 있던 '전체 장비 현황' 자료를 가져와서, 서버 외의 모든 장비(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수량까지 통째로 **'복사 붙여넣기'**를 해버린 것이었다.
나: "시니어님, 여기 [총 서버 대수]라고 적힌 칸에요. 이 숫자... 서버 수량이 아니라 스위치랑 스토리지 같은 '전체 장비 수량' 아니에요? 서버는 이 중에 일부일 텐데요."
시니어: "어? 응, 맞아. 장비 현황 리스트에 있는 거 다 카운트해서 넣은 거야."
나: "아니, 칼럼 이름은 **'서버 수량'**이잖아요! OS 업그레이드 대상은 '서버'인데, 여기에 L2/L3 스위치랑 스토리지 대수까지 다 합쳐서 적으면 보고서 자체가 엉터리가 되죠. 팀장님이 이거 보시면 서버가 수백 대인 줄 아실 텐데요?"
시니어: "아이, 그건 상관없어. 숫자만 채워져 있으면 돼."
3. '상관없어'라는 말 뒤에 숨은 무책임
엔지니어에게 **'데이터의 레이블(Label)'**과 **'값(Value)'**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다. "상관없다"는 시니어의 말 한마디는 본인이 작성한 문서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았다.
결국, 그가 만든 요약본은 '정보'가 아니라 '노이즈(Noise)'였다. 보고를 받는 사람을 기만하고, 실무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 데이터. 나는 결국 시니어가 덮어버린 엑셀 창을 다시 열어 '진짜 서버'들만 발라내는 노가다를 시작해야 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정직한 자의 성실은 자기를 인도하거니와 사악한 자의 패역은 자기를 망하게 하느니라" (잠언 11:3)
인프라 관리에서 '숫자'는 신뢰의 척도다. 이름과 내용이 다른 문서를 만들고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자는, 이미 엔지니어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거짓된 숫자로 쌓아 올린 보고서는 반드시 장애라는 이름의 청구서로 돌아온다.
[다음 편 보기] "동료를 1초 만에 팔아치운 비겁한 침묵"
"상관없어"라며 던져진 엉터리 요약본을 본 팀장님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날카로운 수량 확인 질문이 날아오고, 저는 제가 밤새워 정리한 '진짜 데이터'를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팀장님이 의구심을 보이자마자, 옆에 있던 시니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맞장구를 칩니다. "그렇네요. 팀장님 말씀이 맞네요. 데이터가 틀렸네요."
확인도 안 해보고 동료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빛의 속도 손절'. 팩트 앞에 비겁하게 입을 닫아버린 시니어와의 38편, 곧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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