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서버 수량에 스위치까지 다 합치고 "상관없어"라던 시니어 빌런(37편)]]. 그의 무책임함은 숫자를 틀리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제가 밤새워 완벽하게 정리한 데이터마저 팀장님 앞에서 '오류'로 몰아세우는 배신을 저지릅니다.
1. 팀장님의 검토: "수량, 이게 맞아?"
내가 밤을 새워가며 현행화한 '진짜 서버 리스트'가 팀장님 책상 위에 올랐다. OS 업그레이드 전체 대상을 꼼꼼히 살피던 팀장님이 내가 담당하는 파트의 숫자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마침 내 옆에는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투입된 '시니어 빌런'이 서 있었다.
팀장님: "음, 운영자님 파트 서버 수량이 좀 이상한데? 이거 데이터 틀린 거 아니야?"
2. 1초의 망설임도 없는 '손절'
나는 내 데이터에 확신이 있었다. 직접 프로세스를 보고 장비를 대조했으니까. 하지만 내 대답이 나가기도 전, 옆에 있던 시니어 빌런이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냉큼 대답을 낚아챘다.
나이 대접은 받고 싶어 하면서, 정작 동료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시니어: "아, 그렇네요. 수량이 틀렸네요. 제가 봐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황당했다. 어제 내가 정리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이, 팀장님이 의문을 던지자마자 확인도 안 해보고 내 노력을 순식간에 **'오류'**로 낙인찍어 버렸다.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면서 팀장님의 권위에 기생해 옆자리 동료를 팔아치우는 그 비겁함에 뒷목이 당겼다.
3. '팩트' 앞에 비겁해진 침묵
나는 곧장 팀장님 자리로 달려갔다. 그리고 엑셀 시트의 필터를 하나하나 다시 찍으며 설명했다.
나: "틀렸다니요? 팀장님, 여기 실시간 장비 리스트랑 제가 정리한 서비스별 수량 대조해 보세요. 틀릴 수가 없습니다."
팀장님: (화면을 꼼꼼히 다시 보더니) "...어? 그러네. 내가 착각했네. 운영자님 데이터가 정확해. 맞네."
상황은 종료됐다. 1초 만에 "틀렸네요"라고 맞장구치던 시니어 빌런은 이제 뭐라고 할까? 미안하다고 할까? 아니, 그는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동료의 전문성을 믿어주기는커녕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사람. 그리고 팩트가 밝혀지자 비겁하게 침묵하는 뒷모습. 인프라 엔지니어링보다 더 어려운 건, 이런 '기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내 데이터의 무결성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잠시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 (잠언 12:19)
확인 없는 동조는 협력이 아니라 배신이다. 자신의 데이터에 책임을 지지 않는 자는 타인의 노력도 쉽게 부정한다.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에 편승하는 '예스맨'의 입술이 아니라, 팩트를 수호하는 '진실한 근거'다.
[다음 편 보기] "우리가 세운 정석을 무너뜨린 '편의주의'의 습격"
팀장님과 제가 밤새워 기준을 세우고, 모든 팀원이 달라붙어 완성한 '인프라 현황판'. 고객과 SM(운영사)들을 모아놓고 대대적인 교육까지 마친 우리 팀의 **'공식 바이블'**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무 리포트를 작성할 때, 의사결정권자들은 우리가 만든 문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아이, Unix랑 x86 합쳐~ 그냥 베어메탈로 통일하는 게 깔끔해 보이잖아."
정석은 '교육용'일 뿐, 실무는 다시 '누더기'로 회귀하는 기막힌 현장. 배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 39편, 곧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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