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동료를 1초 만에 팔아치우고 입 꾹 닫던 시니어 빌런(38편)]]. 그의 개인적인 배신도 기막혔지만, 이번엔 팀의 '공식적인 체계'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1. 우리의 자부심: 전 팀원이 함께 만든 '정석의 기록'
프로젝트 초기, 저와 팀장님은 인프라 현황판의 표준을 세웠습니다. **Unix(IBM AIX 등)**와 x86(Linux 등) 베어메탈을 엄격히 구분하고 관리 포인트를 명확히 세운 가이드였죠. 이 기준을 바탕으로 모든 팀원이 달라붙어 교육 자료를 작성했고, 고객사와 현장 SM들을 모아놓고 파트별 교육까지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우리 팀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기술적 약속'**이었습니다.
2. 의사결정 3인방의 합작: "그냥 합쳐서 하나로 보죠"
그런데 OS 업그레이드 대상 정리를 앞두고, 팀장님과 시니어 빌런, 그리고 백업 담당자 세 사람이 모여 앉아 기묘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 디테일한 문서를 만들겠다며 논의를 시작하더니, 결과물은 오히려 **'퇴보'**였습니다.
- 팀장님: "이거 굳이 나눌 필요 있나? 한눈에 들어오게 '베어메탈'로 묶어버려."
- 시니어: "네, 팀장님. 칸만 많아지고 복잡하니 합치는 게 보고하기 깔끔하겠네요."
- 백업 담당자: "맞아요. 백업 입장에서도 어차피 다 장비인데 통으로 관리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3. 소외된 바이블, 주객전도된 데이터
더 황당한 것은 그 과정이었습니다. 전 팀원이 고생해서 만들고 각자 파트별로 교육까지 마친 그 '최신 현황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이 꺼내 든 소스 자료는 예전 **'구축 문서'**였습니다.
물론 구축 문서의 장비 리스트가 틀린 건 아니지만, 운영 환경에 맞춰 정제하고 대외적 교육까지 끝낸 **'공식 바이블'**을 두고 굳이 옛날 서류를 뒤적이는 모습은 가히 코미디였습니다. "대체 우리가 만든 문서는 누구를 위한 쇼였나?"라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정확성' 대신 '편의'를 선택하고, '현재'의 데이터 대신 '과거'의 기록에 의존할 때, 인프라의 질서는 무너지고 배는 산을 향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오른쪽에 있고 미련한 자의 마음은 왼쪽에 있느니라" (전도서 10:2)
바른 기준을 지키는 것은 기술력보다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석을 가르치고도 편의를 위해 꼼수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가 흘린 땀방울은 그저 '장식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다음 편 보기] "베어메탈이 왜 논리 서버야? 정의마저 창조한 그들"
데이터를 합친 것도 모자라, 이번엔 인프라의 기초 상식마저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물리적인 쇳덩이 그 자체인 베어메탈(Bare Metal) 서버를 '논리 서버' 칸에 넣어버린 기상천외한 분류.
"어차피 OS 올라가서 돌아가면 다 논리적인 거 아냐?"
기적의 논리로 탄생한 **'유령 서버(물리 1대 = 논리 1대)'**의 탄생. 1대를 2대로 둔갑시키는 '창조 경제'의 현장, 40편에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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