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생존기]

[인프라 생존기] "먼저 갑니다, 야근 안 하신다더니? ㅋ" – 빌런의 퇴근 인사 (시즌 2-67편)

기록자 느혜미야 2026. 6. 16. 08:30

[지난 이야기] NFS 옵션 변경 보고를 앞두고 "다 됐다"며 호언장담한 시니어 빌런과 백업 담당자. 하지만 정작 백업 담당자는 "하나도 모른다"며 당당하게 무임승차를 선언했습니다. 무책임한 그들의 뒤처리를 위해 결국 아키텍트가 다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 [[시즌 2-66편] "저 하나도 모르는데요?" – 어느 시니어의 당당한 무임승차 다시보기]


1. "그럼 덜 됐다고 보고하지요" – 무책임의 극치

저는 기가 막혀서 물었습니다. "백업 담당자님은 시작도 안 했는데, 시니어님은 왜 내일 바로 보고하겠다고 하신 거예요?" 돌아온 그들의 대답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아, 그럼 내일 가서 팀장님한테 덜 됐다고 얘기하면 되죠. 뭐 어때요?"

 

팀장님 앞에서는 유능한 척 대답해놓고, 정작 결과물이 없으면 "아직 안 됐는데요?" 한마디로 뭉개겠다는 심보. 그 무책임한 말 한마디에 팀 전체의 신뢰도가 무너질 판이었습니다.

2. 아키텍트의 고독한 작업: 소스 문서의 탄생

팀의 얼굴을 깎아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1년 동안 사비 렌터카를 몰며 왕복 4시간을 버텨온 제 자부심이 용납하지 않았죠. 저는 결국 그들이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는 **'백업 및 NFS 구성 소스 문서'**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현장을 발로 뛰며 수집한 데이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문서로 뽑혀 나왔습니다.

3. 빌런의 퇴근 인사: "야근 안 하신다면서요? ㅋ"

한창 집중해서 문서를 만들고 있는데, 백업 담당자가 가방을 메고 일어서며 제 옆을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한마디를 툭 던지더군요.

 

"어? 운영자님, 오늘 야근 안 하신다면서요? ㅋ 결국 하시네? 수고하세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본인이 저질러 놓은 무능과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제가 제 소중한 시간을 깎아 먹고 있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제 평소 원칙을 비웃음의 소재로 삼으며 유유히 퇴근한 겁니다. 4시간의 잠을 쪼개며 현장을 지킨 저의 진정성이 조롱거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4. 결론: 침묵의 무게, 그리고 데이터의 힘

저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빌런과의 논쟁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완벽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아키텍트의 도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비웃음 섞인 퇴근 인사는 제 가슴에 깊이 박혔습니다.

 

인프라는 정직합니다. 제가 밤을 새워 만든 이 데이터는 내일 보고 자리에서 팀을 구하겠지만, 그 뒤에 숨은 그의 '가벼운 입'과 '무책임한 뒷모습'은 언젠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아키텍트의 야근은 비웃음의 대상이 아니라, 무능한 자들이 망쳐놓은 시스템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잠언 18:6)

 

선의를 조롱으로 갚으며 퇴근하는 자는 스스로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엔지니어의 전문성은 회의실에서의 말장난이나 퇴근길의 비아냥이 아니라, 동료의 실수를 묵묵히 메워주는 '책임감'에서 완성됩니다. 1년의 렌터카 핸들을 잡으며 제가 배운 건, 비아냥거리는 입보다 묵묵히 일하는 손이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생존기 예고]

"쿼타 늘리면 전체 용량이 주는 거 아니에요?" 14개월 동안 매달 리포트를 던져줬건만, 돌아온 건 기초 상식조차 결여된 PM의 황당한 질문이었습니다.

 

인프라 생존기 68편: 1년을 보고해도 '쿼타'를 모르는 PM과 산다는 것 (내일 오전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