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NFS 옵션 변경 작업을 앞두고 팀장님 앞에서 "내일 바로 보고 가능합니다!"라며 호언장담한 시니어 빌런과 백업 담당자. 작업 담당자인 제게 묻지도 않고 보고 날짜를 잡은 그들의 허세 뒤에는, 정작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빈 보고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시즌 2-65편] "다 해놨습니다!" – 빌런들의 허세와 빈 보고서 다시보기]
1. 아키텍트의 준비: "데이터는 이미 내 손안에 있다"
저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1년 동안 현장을 발로 뛰며 사비 렌터카 안에서 노트북을 켜고 정리한 데이터들이 제 무기였으니까요. NFS 옵션 변경을 위한 모든 기술적 검토와 소스 문서는 이미 제 머릿속과 로컬 드라이브에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계획서까지 순식간에 뽑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죠.
2. 확인 사살: "작성할 줄은 아시죠?"
내일이 보고인데 아무 움직임이 없는 백업 담당자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백업 담당자님, 내일 보고인데 이거 작성할 줄 아세요? 작성 가능하시면 제가 따로 안 건드리려고요."
제 질문에는 **'당신 역할은 당신이 하라'**는 마지막 경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3. 역대급 자백: "무조건 네라고 대답했죠"
"아니요. 저 이거 하나도 모르는데요? 팀장님이 물어보시니까 일단 무조건 네라고 대답한 거죠."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 사이트를 다년간 관리해왔고, 서버 엔지니어와 PM 경력까지 있다는 사람이 내뱉은 말입니다. 본인이 모르는 일을 "네" 한마디로 뭉개버리고, 그 뒷감당은 당연히 '준비된 사람(운영자님)'이 해줄 것이라 믿는 그 당당한 무임승차 정신.
4. 결론: 경력이라는 이름의 가면
저는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제가 왕복 4시간을 길 위에서 버티며 지켜낸 전문성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대답 한 번 잘해서 넘길 수 있는 요령' 정도로 취급받고 있었던 겁니다.
인프라는 대답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내일 보고 자리에서 그가 내뱉을 "네, 잘 됩니다"라는 말 뒤에는, 결국 제가 밤새 벼린 **'소스 문서'**가 숨어 있겠죠. 하지만 껍데기뿐인 경력으로 아키텍트의 노고에 기생하려는 그들의 민낯은, 이미 제 눈앞에 처참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게으른 자의 길은 가시 울타리 같으나 정직한 자의 길은 대로니라" (잠언 15:19)
거짓된 대답은 잠시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지만, 실력의 부재는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납니다. 동료의 피와 땀으로 만든 데이터를 자신의 성과인 양 포장하는 자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기술 사기꾼'일 뿐입니다. 1년의 렌터카 핸들을 잡으며 제가 배운 건, 정직하게 쌓은 데이터만이 이런 가짜들을 걸러내는 가장 확실한 필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야근 안 하신다면서요? ㅋ" – 호의를 비웃음으로 갚는 빌런들 (시즌 2-67편)
"하나도 모른다"면서 팀장 앞에서는 호기롭게 "네"라고 대답한 백업 담당자. 결국 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아키텍트가 다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1년 동안 사비 렌터카를 몰며 왕복 4시간의 피로를 견뎌온 제 자부심이, 그들이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는 'NFS 및 백업 소스 문서'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가방을 챙겨 들고 퇴근하던 백업 담당자가 제 옆을 지나며 툭 던집니다.
"어? 운영자님, 오늘 야근 안 하신다면서요? ㅋ 결국 하시네? 수고하세요~"
본인들의 무능과 거짓말을 수습하는 동료를 비웃으며 유유히 사라지는 뒷모습. 선의를 조롱으로 갚는 빌런들의 민낯과, 그 비아냥 속에서도 묵묵히 데이터를 정렬해야만 했던 아키텍트의 고독한 밤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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