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생존기]

[인프라 생존기] "다 해놨습니다!" – 빌런들의 허세와 빈 보고서 (시즌 2-65편)

기록자 느혜미야 2026. 6. 12. 08:30

[지난 이야기] 계획된 OS 업그레이드 복구 과정에서 '복구 경로(/)' 하나 몰라 헤매던 시니어 빌런과 백업 담당자. 아키텍트의 조언 한마디에 해결될 문제를 "스냅샷이라 상관없다"며 무시하던 그들의 오만함은 결국 굴욕적인 침묵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멈출 줄 모릅니다.

👉 [[시즌 2-64편] "스냅샷이라 상관없다고요?" – 넷백업의 배신 다시보기]


1. NFS 옵션 변경: 2주의 여유, 그러나 닥쳐온 보고

다음 프로젝트는 서버의 NFS 옵션 변경 작업이었습니다. 데이터 무결성과 성능이 직결된 민감한 작업이라 작업 기간은 2주나 넉넉히 잡혀 있었죠. 저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커널 파라미터와 마운트 옵션을 정밀하게 검토하며 계획서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2. 시니어 빌런의 독단: "내일 바로 보시죠"

그런데 갑자기 팀장님이 저희를 불렀습니다. "NFS 계획서 진행 상황 좀 보자. 언제쯤 리뷰 가능하겠나?" 팀장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시니어 빌런이 끼어들었습니다. "아, 팀장님! 다 작성해 놨습니다. 내일 바로 가능합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작업 담당자인 저에게 단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본인이 마치 다 한 것처럼 '내일 보고'를 확정 지어버린 겁니다. 1년 동안 사비 렌터카를 몰며 4시간씩 자며 현장을 지킨 제 노고가, 그의 '유능한 척' 하는 한마디에 도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3. 백업 담당자의 영혼 없는 대답: "네, 저도 다 됐습니다"

더 가관인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팀장님이 백업 담당자에게도 물었죠. "백업 쪽도 다 됐지? 내일 같이 볼 수 있지?" 그 백업 담당자는 계획서의 '계'자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당당했습니다. "네, 팀장님. 준비됐습니다. 같이 보시죠."

4. 4시간의 잠과 렌터카, 그리고 그들의 '입'

저는 허탈했습니다. 제가 왕복 4시간을 길 위에서 버티며, 로그 하나 옵션 하나를 검증하며 계획서를 채워 넣는 동안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한 명은 동료의 성과를 가로채 '내일 보고'를 날리고, 한 명은 시작도 안 한 일을 "네" 한마디로 뭉개버립니다.

 

인프라는 '말'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내일 보고 자리에서 그들이 내뱉을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결국 제가 밤을 새워 검증한 **'팩트'**들만 남아있겠죠. 하지만 그 팩트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들이 내일 어떤 촌극을 벌일지, 벌써 눈앞에 선합니다.


📖 오늘의 인프라 묵상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잠언 27:1)

 

엔지니어의 실력은 회의실에서의 대답이 아니라, 계획서에 담긴 한 줄의 옵션에서 나옵니다. 동료의 리소스를 자신의 허세를 위해 소모하는 자는 결코 시스템의 진실을 마주할 수 없습니다. 1년의 렌터카 핸들을 잡으며 제가 배운 건, 정직하게 쌓아 올린 데이터만이 거짓된 확신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저 하나도 모르는데요? 팀장님이 하라니까 네라고 했죠" (시즌 2-66편)

 

NFS 옵션 변경 보고를 앞두고 "다 됐다"며 호언장담한 시니어 빌런과 백업 담당자. 하지만 정작 내일이 보고인데도 백업 담당자의 모니터는 백지상태입니다. "작성할 줄은 아느냐"는 제 물음에 돌아온 그의 대답은 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니요. 저 이거 하나도 모르는데요?"

 

다년간 이 사이트의 서버 엔지니어와 PM을 지냈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역대급 고백. 본인이 모르는 일을 "네" 한마디로 뭉개버리고, 그 뒷감당은 당연히 아키텍트가 해줄 것이라 믿는 그 당당한 무임승차 정신. 1년 동안 사비 렌터카를 몰며 현장을 지켜온 아키텍트의 '소스 문서'가 그들의 가짜 전문성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이 시작됩니다.

 

👉 [[시즌 2-66편] "저 하나도 모르는데요?" – 어느 시니어의 당당한 무임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