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대기 다시보기]
1. Inode 증설, 그리고 기묘한 수치
스토리지의 Inode를 늘리는 작업. 온라인으로 가능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 시간 이후 5%씩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정석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랐습니다. 작업은 지연되었고, 중단 후 재시도하자 제가 설정한 값보다 훨씬 많은 개수가 증설되어 있었습니다.
시스템은 '정상'이었지만, 엔지니어로서 이 '예외 상황'의 로직이 궁금해졌습니다. 원인을 모르는 '정상'은 언제든 '비정상'으로 변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입니다. 느헤미야가 성벽의 틈새 하나까지 꼼꼼히 살폈던 것은, 작은 빈틈이 결국 거대한 성벽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2. 질문인가, 장애인가: 5분간의 시비
업무 시간 이후였지만, 해당 파트를 가장 잘 아는 엔지니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던 중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날 선 목소리가 날아왔습니다. "아니, 장애가 아니고 작업 잘 끝났는데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해야죠!"
그는 대뜸 화를 냈습니다. 분명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서두를 뗐음에도, 그는 제가 본인의 작업 결과에 흠을 잡으려 한다고 느낀 모양이었습니다. 기술적인 피드백을 기대했던 통화는 순식간에 감정의 소모전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질문 안 받겠다"는 농담 섞인 으름장에는, 동료를 파트너가 아닌 '귀찮은 민원인'으로 대하는 오만함이 서려 있었습니다.
3. 디테일을 요구하는 이들의 '느슨한' 디테일
그는 평소에도 까다로웠습니다. 남에게는 엄격한 논리와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면서, 정작 급하게 작업을 마치고 떠난 본인의 자리엔 종종 놓친 설정들이 발각되곤 했습니다.
성벽을 재건할 때, 어떤 이들은 자기 앞의 성벽만 대충 쌓아 올리고 생색내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재건자들은 보이지 않는 기초석 하나까지 정직하게 놓았습니다. 자신의 빈틈에는 너그러우면서 타인의 탐구심을 조롱하는 '내로남불'식 전문성은, 결국 성벽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좀과 같습니다.
4. 에필로그: 엔지니어의 자부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엔지니어의 자부심은 두꺼워집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이 타인의 질문을 차단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베테랑은 특이사항에 대해 "그건 이런 로직 때문일 겁니다"라고 조목조목 설명하며 동료를 안심시키는 사람입니다.
"미련한 자는 명철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의사를 드러내기만 기뻐하느니라" (잠언 18:2)
기술적 지식은 높을지언정, 태도는 바닥인 엔지니어와 일하는 것은 100% 가득 찬 파일시스템보다 더 숨이 막히는 일입니다. 오늘도 저는 다짐합니다. 저는 저렇게 '낡은' 선배는 되지 않겠노라고. 저의 기술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권력이 아니라, 성벽을 함께 세워가는 사랑의 도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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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상사처럼 대하지 마세요."
성벽 재건의 짐을 지지 않았던 드고아의 귀족들처럼, 현장의 '기술적 동맹'을 부정하고 갑질의 권위만을 앞세우는 리더십. R&R이 실종되고 백업 체계가 방치된 아수라장 속에서 마주한 '주인의식'의 민낯을 폭로합니다.
인프라 연대기 #4: 드고아 귀족의 권위와 기술적 동맹, R&R이 실종된 백업의 허상 (5월 2일 토요일 오전 8:30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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